클레이 애니메이션의 거장, 아드만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숀더쉽이 한 자리에


월레스와 그로밋 ⓒ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5


젊은 세대라면 어린 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에서 남자와 강아지가 달에 가 빵에 치즈를 발라 먹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추억 속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묻는 글이 올라오곤 했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월레스와 그로밋(Wallace and Gromit), 그리고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클레이 아트 캐릭터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아드만 애니메이션: 두 번째 외출’ 전시는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런(Chicken Run)’ 등 아드만 (Aardman) 애니메이션 작품을 추억하는 관람객을 위해 기획됐다. 인기는 많았지만 그동안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을 첫 번째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전시에는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대표작, ‘월레스와 그로밋’을 기념하기 위해 ‘화려한 외출(A Grand Day Out, 1989)’ 에피소드의 영화 소품이 추가로 전시됐다. 또한 영화 속 내용을 표현한 포토존도 첫 번째 전시에 비해 더욱 풍성해졌다. 추가로 아드만 스튜디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뮤지컬 영상, 월레스와 그로밋 단편 영화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상영관이 마련됐다.


두 소년의 꿈이 전 세계인의 추억이 되다

아드만 스튜디오는 12살짜리 두 소년의 꿈에서 시작됐다. 창업자인 피터 로드(Peter Lord)와 데이비드 스프록스톤(David Sproxton)은 당시 애니메이션 계의 거장이었던 레이 해리하우젠(Ray Harryhausen), 해나 바베라(Hanna-Barbera),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 그리고 디즈니(Disney)의 작품에 푹 빠져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둘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1976년 학교를 졸업한 후 피터와 데이비드는 어른을 위한 스톱 모션(Stop Motion) 애니메이션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의 활동은 1985년 ‘월레스와 그로밋’을 제작한 니콜라스 울스턴 파크(Nicholas Wulstan Park, 닉 파크)가 합류하며 결실을 맺게 된다. ‘동물원 인터뷰(Creature Comforts, 1990)’가 첫 번째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고 뒤이어 월레스와 그로밋 단편 시리즈인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The Wrong Trousers, 1993)’, ‘양털 도둑(A Close Shave, 1995)’이 오스카상과 BAFTA(영국 아카데미상)를 수상했다.


아드만 스튜디오 작품의 특징은 드로잉, 스케치, 그리고 콘셉트 아트를 기반으로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캐릭터 제작 시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주로 사용하는 것은 아드믹스(Aard-mix)라 불리는 자체 제작 점토다. 아드믹스는 일반 점토에 비해 유연하고 형태 변형이 자유롭기 때문에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 넣기에 적당하다. 점토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톱 모션 기술이 사용된다. 물체들을 각 프레임마다 아주 조금씩 움직여 촬영한 후 영사하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소품을 미세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큰 수고가 뒤따르는 작업이다. 



숀더쉽 ⓒ 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6


스케치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되기까지

전시장 입구에는 아드만 애니메이션 사의 두 창업자의 모습과 아드만 로고가 전시돼 있다. 전시는 창업 스토리와 스튜디오에 대한 역사를 시작으로 네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아드만 애니메이션 전시의 특징은 완성작뿐만 아니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캐릭터를 만들기 전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스케치 북에 그려진 캐릭터는 입체적인 점토 캐릭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스케치한 캐릭터를 점토로 만드는 과정이다. 다양한 재료를 캐릭터 특성에 맞게 어떻게 사용했는지, 캐릭터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각종 소품의 제작 과정도 관찰할 수 있다.


세 번째 섹션은 완성된 캐릭터에 조명을 비춰 그림자와 시간, 날씨를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 섹션에서는 ‘허당 해적단(The Pirates!, 2012)’에 등장한 대형 범선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에는 국내 최초로 ‘숀더쉽(Shaun the Sheep, 2015)’에 사용된 실제 세트를 전시, 애니메이션에서 낮과 밤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 조명장치를 함께 공개했다.


망해가던 치즈 회사를 살린 애니메이션

아드만 애니메이션의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월레스와 그로밋일 것이다. 엉뚱한 발명가 월레스와 그의 반려견 그로밋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 받는 캐릭터다. 특히나 여러 시리즈 중 화려한 외출은 일명 ‘달치즈’를 탄생시킨 유명한 작품이다.


월레스와 그로밋은 월레스가 만든 우주선을 타고 달에 착륙한다. 도착한 달의 표면은 치즈로 가득했고, 둘은 달 표면에 쌓인 치즈를 크래커에 발라 먹으며 피크닉을 즐긴다. 영국식 홍차와 크래커, 치즈를 즐기는 두 캐릭터의 모습은 전통적인 영국 문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후에 일어났다. 월레스와 그로밋이 먹은 치즈가 인상 깊었던지, 작품 속에서 월레스가 좋아하는 치즈로 등장한 웬즐리데일 치즈(Wensleydale Cheese)가 큰 수익을 올리게 돼 재정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월레스가 먹은 치즈가 무엇인지, 유사품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가 화제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서울미술관은 석파정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국 전통 건축물인 석파정에 어울리도록 한복을 입고 방문하면 입장료의 50%를 할인해 준다.


또 겨울 시즌 한정으로 준비된 아드만 애니메이션 캐릭터 담요 패키지도 있다. 먼 곳에서 방문하는 관람객을 위한 렌터카 업체 등과의 제휴 이벤트도 운영 중이다.




전시명: 아드만 애니메이션 전: 두번째 외출 

전시일시: 2018.10.17~2019.02.10 

관람시간: 화요일~목요일 10:00~18:00  /  금요일~일요일 10:00~20:00  (매주 월요일 휴무) 

전시장소: 부암동 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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