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 깊은 곳에서 느끼는 평온함과 자유

산소통 없이 바다를 누비는 프리다이빙



프리다이빙은 맨몸으로 잠수해 물속을 누비는 스포츠다. 산소통을 매고 잠수하는 스킨스쿠버와 달리 프리다이빙은 산소통 없이 무호흡으로 유영한다. 제주도 해녀의 물질도 프리다이빙의 한 종류라 볼 수 있으며 수면에서 하는 스노클링, 물속에서 고기를 잡는 수중 사냥(스피어 피싱), 잠수구나 잠수복 없이 다이빙하는 스킨다이빙이 프리다이빙에 속한다.


김영훈 에코다이버스 대표는 프리다이빙은 단순히 숨을 참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말한다.

“프리다이빙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는 ‘숨을 참고 잠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프리다이빙은 고래나 물개 등 포유류의 호흡방식을 따라하는 스포츠입니다. 프리다이버는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혈관수축을 유도해 심박수를 낮춥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산소 소비도 줄어들어 적은 양의 산소로도 오래 호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포유류 잠수 반응(MDR:Mammalian Diving Reflex)이라고 부릅니다. 프리다이빙은 타고난 호흡이나 폐활량보다 이 포유류 잠수 반응을 얼마나 잘 습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대로 익히면 수중 무호흡 상태에서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고 이 매력에 빠져 많은 분이 프리다이빙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는 김영훈 대표지만 사실 그가 처음부터 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김영훈 대표는 물을 정말 무서워했다. 고등학생 때 파도가 높은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져 겨우 해변으로 나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물 근처에는 가지도 않다가 20대 초반 떠난 해외여행에서 다이빙을 접하게 됐다.


이 역시 본인의 의지였다기보단 지인에게 등 떠밀려 억지로 하 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다이빙 시작의 계기가 되어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됐고, 호기심에 프리다이빙까지 익히게 됐다. 지금은 다이빙을 권유한 그 지인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차분한 자세로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

프리다이빙은 스킨스쿠버보다 필요한 장비가 적긴 하지만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장비를 갖춰야 한다. 강습과 체험 수업 시에는 교육장에 장비가 마련돼 있어 따로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스노클은 수면에서 편안한 호흡을 돕는 기구로 호스 끝에 마우스피스가 달려 있다.


수중에서 사물을 보기 위한 마스크와 물안경,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 유지를 돕는 다이빙 수트, 추진력을 내기 위한 핀(오리발), 무게를 늘려 수중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벨트와 웨이트 등이 있다.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데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냐는 문의를 종종 받곤 합니다. 그런 분께는 맨몸 수영과 프리다이빙이 다르다는 걸 말씀 드립니다. 보통 물을 무서워하는 분은 물에 몸이 닿는 것보단 맨몸으로 물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죠. 프리다이빙은 맨몸이 아니라 장비를 착용하고 수영합니다. 아기가 혼자서는 넘어져도 보행기를 타면 잘 걸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물안경을 착용하면 잘 볼 수 있고, 핀을 착용하면 적은 힘으로 더 멀리 나갈 수 있습니다.”


에코다이버스의 실내 교육은 ‘베이직 프리다이버 코스’부터 시작된다. 교육은 이론과 실습 두 종류가 있는데 이론에서는 프리다이빙 호흡법에 대한 기초 지식, 프리다이빙 장비, 프리다이빙 경기, 안전, 생리학, 물리학 등에 대한 내용을 배운다. 실습은 온몸 스트레칭과 폐 스트레칭, 프리다이빙의 경기 방법, MDR 유도 방법, 입수방법과 수중에서의 안전과 관련된 버디 시스템을 연습한다. 임영훈 대표는 초보자에게 특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서 프리다이빙을 배울 것을 당부했다.


“프리다이빙은 정적이면서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 레저입니다.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온몸을 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상도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교육 전 ‘숨을 잘 못 참는다’, ‘흡연 등으로 폐활량이 좋지 않다’고 걱정하십니다. 그러나 재차 강조 드리는 점은 숨을 억지로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조급한 마음보다는 차분하게 강사의 지도에 따라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프리다이빙은 잠수의 일종이어서 일반 수영장에서는 수심의 제약으로 연습이 어렵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올림픽공원 수영장이 수심 5m라 프리다이빙 강습이 가능하다. 이 곳에서 베이직 프리다이버 코스를 익히면 가평에 있는 K26 잠수풀에서 다음 코스를 진행한다. K26 잠수풀은 수심이 26m로 프리다이빙 연습에 적합하며 올 초 개장한 곳이라 시설도 깨끗하다. 대부분의 자격증 코스 트레이닝은 바다보다는 K26 수영장에서 이뤄진다.




다양한 경기 방식으로 실력 겨룬다

프리다이빙은 다양한 경기(Apnea)로 이루어져 있다. 다이내믹 앱니아(Dynamic Apnea)는 수평으로 누가 멀리 가는지를 겨루는 경기이고, 스태틱 앱니아(Static Apnea)는 누가 더 무호흡 시간이 긴지를 겨루는 경기다. 핀을 착용하고 누가 더 수 직으로 깊게 내려가는지를 겨루는 경기인 콘스턴트 웨이트 앱니아(Constant Weight Apnea), 핀 없이 누가 더 수직으로 깊게 내려가는지를 겨루는 프리 이머전 앱니아(Free Immersion Apnea) 등이 있다. 경기 종류와 방식은 AIDA(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Development of Apnea)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임영훈 대표는 다양한 경기방식 이외에도 프리다이빙의 매력으로 자유로움을 꼽았다.


“무호흡 상태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레저가 프리다이빙이라 생각합니다. 물 속 세상과 하나가 되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평온함 속에서 명상을 하며 심신을 단련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무거운 산소통이 필요 없어 여성분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겨울에도 실내 수영장에서 연습하고 즐길 수 있는 사계절 스포츠입니다.”


한편 임영훈 대표가 이끄는 에코다이버스는 2011년에 창설돼, 국내 최대 규모의 강습과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안전한 프리다이빙 교육을 제공한다. 에코다이버스는 서울과 속초, 제주 세 군데에 지점을 두고 있다. 서울은 세 명, 속초는 네 명의 전문 강사진이 교육을 진행하며 제주는 내년 시즌에 맞춰 강습을 계획 중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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