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만끽하는 자유, 패러글라이딩

초보자도 당일 체험비행으로 하늘을 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로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꼽는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국패러글라이딩학교에서는 전문가에 지도 하에 패러글라이딩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전거, 수영과 같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스포츠와 달리 패러글라이딩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다. 아마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딩을 혼동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패러글라이딩은 사람의 힘으로 천을 끌어 올려 날개를 만들고 달려 이륙하는 ‘인력활공기’의 한 종류다. 동력이 필요 없고 기류와 바람만을 이용해 높이 올라가며, 기상 여건이 좋은 날에는 100km에서 200km까지의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등산가 장 마크 쿠빈(Jean Mark Couvins)이 낙하산을 개조해 비행을 성공,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 받게 됐다. 한국에 패러글라이딩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원용묵 한국패러글라이딩학교(이하 한국패러학교) 대표가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접하게 된 것은 국내 패러글라이딩 보급 초기로, 그 계기가 특별하다. 1992년 원용묵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게 됐다. 그가 맡은 일은 운전과 짐 운반을 돕는 것이었다. 운 좋게 바로 다음 날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첫 출근 날 마주한 것은 낯선 모습의 외국인들이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그 외국인들과 함께 가방 몇 개를 차에 옮겨 싣고 경기도 인근의 산을 찾아갔다. 갈대와 잔디가 있는 산 정상에 도착하자 회사 임원진과 이름 모를 외국인들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천 뭉치를 꺼내기 시작했다.


“금발의 외국인들이 이상한 보자기를 펼쳐 들더니 대뜸 산 위에서 뛰어 내리더라고요.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금세 하늘을 나는 멋진 모습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서야 그걸 패러글라이딩이라 부른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취업한 곳이 패러글라이딩을 보급하는 회사였고, 그 외국인들은 패러글라이딩을 시험 비행하는 조종사였던 거죠.”


원용묵 대표와 같이 일했던 조종사 중 한 명은 1992년 패러글라이딩 세계챔피언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이란 것을 처음 보는 자리에서 운 좋게 세계챔피언의 비행 모습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 날의 비행을 잊지 못하고 매일같이 산에 올라가 글라이더와 함께 비행을 연습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금까지 이어져 한국패러글라이딩학교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한국패러학교의 시작은 작은 클럽 창단이었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의 매력에 빠져 선수가 되거나 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 시장 조사에 뛰어들었죠. 패러글라이딩 대회의 우승 상금도 컸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즐겁고 멋진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패러글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인데, 많은 사람이 전문적인 지식을 교육 받고 안전하게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 바랐죠. 주변 지인을 모아 클럽을 만든 것이 점점 커져서 지금의 한국패러학교가 됐습니다.”


전문가 과정부터 일일 체험 비행까지

패러글라이딩 교육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적으로 안전 교육이 필수다.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지도하는 안전교육을 받은 후에는 기상요건이 좋은 날을 골라 이착륙을 수차례 연습한다. 원용묵 대표는 “기초 교육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만나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착륙이 몸에 익게 되면 하늘에 오래 떠 멀리 날아가는 법을 연습한다. 날개(Canopy)와 기타 장비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멀리 나아가기 위한 비행을 사면상승풍비행(Ridge-soaring)이라 부른다.


마지막 과정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의 꽃이라 불리는 서멀 소어링(Thermal-soaring)을 익힌다. 이 기술은 부드러운 상승 기류를 타고 고도를 높이는 상승기류비행이다. 높이 올라간 만큼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는 에너지가 확보된다. 사면상승풍비행을 하면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며 서멀 소어링 비행을 하면 더 높은 고도에서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유럽의 알프스나 호주, 브라질 등 적절한 비행장소를 갖춘 나라에서는 기상조건에 따라 400㎞ 장거리 비행도 가능하다.


단계에 따라 입문 과정, 연습조종사 과정, 조종사 과정, 전문조종사 과정, 2인승 조종사 과정이 있으며 모든 교육에는 실습뿐만 아니라 항공 법규, 기상학, 항공역학 등의 이론 수업도 포함되어 있다.


정규 수업 과정을 듣지 않아도 당일에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는 2인승 체험비행도 인기다. 2인승 체험비행은 전문 강사와 2인 1조가 되어 하나의 날개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정규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가 동반해야 하는데, 한국패러학교의 조종사는 모두 2인승 조종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2인승 비행으로도 다양한 패러글라이딩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스카이바이킹(Rolling)은 기체를 좌우로 흔드는 기술이다. 반동을 크게 주면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무중력 상태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롤러코스터(Spiral Dive)는 지면을 향해 급회전하며 내려오는 기술이다.




한국 패러글라이더, 2018 자카르타 팔렘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국내에서는 매년 9월 전남 장흥에서 전국패러글라이딩대회가 열리며 국제대회로는 세계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 대회가 있다.


2018년 열린 제 18회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패러글라이딩 정밀착륙(Accuray)과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종목이 생겼다.


정밀착륙은 표적 중앙 가까이에 착륙하는 것으로, 중앙(0점)부터 1cm 단위로 측정해 최대 500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여러 번 반복 측정 후 최종적으로 낮은 점수를 차지한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크로스컨트리는 대회 당일 기상요건에 따라 주어진 목표를 설정하며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해 코스를 가장 빨리 완주해내는 게임이다. 매일 코스와 거리를 바꿔 비행하며 고득점자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다.


한국패러학교 출신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다겸 선수는 ‘제 18회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크로스컨트리 단체 금메달, 여자 정밀착륙 개인 은메달, 여자 정밀착륙 단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원치권 선수는 2017 패러글라이딩 월드컵에서 1위를 했으며 유지훈 선후는 만 17세의 나이에 국내 최연소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원용묵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패러글라이딩 꿈나무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향후 올림픽 등 국제 경기에서 국위선양할 인재를 키워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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