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운영 ⑥] 사람에 집중할 때 비로소 호텔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Focus On Competitor



지난 5개월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고객, 비용, 마켓&이벤트, 트렌드, 그리고 경쟁사에 대한 집중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 주제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출장지인 일본에 도착했다.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호텔 앱을 열어 셀프 체크인을 한다. 내가 예약한 객실을 보여주고, 층별 위치까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구글맵을 비교해가며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이는 하버뷰 객실을 지정했다. 그리고 곧바로 컨시어지 메뉴로 들어가 추가로 필요한 수건과 한국 신문 등을 주문해둔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바로 셀프 체크인을 완료한 객실로 이동한다.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객실 키가 되기 때문에 굳이 프런트 데스크에 들려야 할 필요도 없다.


위의 짧은 상황은 지금 당장도 즉시 이용 가능한 몇 가지 호텔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호텔 서비스에 침투해 있다. 기술의 발전은 새롭고 세련된 호텔 서비스를 가능케 하고, 고객에게 더욱 손쉬운 접근성을 제공한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적인 순작용으로 해석해도 괜찮은 걸까?


멀지 않은 미래에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그 대부분을 로봇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대체한다고 한다. 호텔리어라는 직업도 대체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어쩌면 가장 대표적인 인적 서비스로 인식되는 호텔리어야말로 가장 우선적으로 기술에 밀려날지 모르는 직종이 아닌가 싶다.


안타깝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되는 인적 서비스의 축소는 어쩌면 시대정신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실과 상황을 직시하되 그 안에서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직원의 미소가 호텔을 기억하게 만든다

3년 전 여름 휴가 차 마카오에 방문했었다. 마카 오 코타이 지역에 위치한 호텔과 카지노는 거대한 아케이드 형식으로 이어져 있다. 어딘가로 이동을 할 때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의도치 않게 몇몇 호텔의 로비 공간을 지나는 경우도 생긴다. 소위 고급 호텔로 분류되는 필자가 묵었던 C 호텔과 스쳐 지나쳤던 S 호텔에서 새삼 인적 서비스의 중요성을 느꼈다.


괜찮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체크인을 도와준 프런트 직원과 벨 데스크 직원까지 두 명이 나를 객실로 안내했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호텔 내부를 둘러보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필요한 것이 있냐며 직원이 다가왔다. 단순히 지나쳤던 S 호텔은 투숙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을 마주치는 직원마다 기분 좋은 미소로 인사해줬다. 그리 무겁지 않아 보이는 짐을 들어 주겠다며 다가오는 직원도 있었다. 이 호텔에 투숙 중이 아니라고 해도 환한 미소로 괜찮으니 도와주겠다고 한다.


이들의 모습에서 최근 인원 감축으로 과중한 업무량에 지쳐가는 한국의 호텔 직원들이 필연적으로 오버랩 됐다. 이 얼마나 이질적인 모습인가. 이렇게 넉넉한 인상이 느껴지는 인적 서비스는 분명히 그 호텔을 다시 찾게 되는 플러스 요인이 된다. 막연히 ‘호텔’에 왔다고 느끼게 하는 건 웅장한 로비와 고급스러운 객실이 아닌, 어쩌면 여기저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직원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미소가 아닐까?


고객은 안전과 여가를 맡기는 소중한 ‘사람’

예전 뉴스에서 본 이야기다. 비행기 탑승구에서 억지를 부리며 직원을 힘들게 하는 승객이 있었다. 마침 그 뒤에 탑승을 기다리던 해당 항공사의 오너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회사 직원이 힘겨워하는 것을 참지 않았다. 억지를 부리던 승객에게 그 공항에 취항하는 어떠한 항공사에서 이용 가능한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을 발행해주며 다시는 우리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 후 이 오너에게 그때의 일을 물어보니 보호 받지 못하는 직원은 진실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대답을 했다.


대표적인 인적 서비스 업종인 호텔. 늘 고객서비스라는 가면을 쓰고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직원이 만약 내부에서부터 보호 받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서비스 기술의 효율을 앞세워 직원 수를 감축하고, 감축된 인원으로 격무에 지치게 된 직원에게 고객을 향한 진실된 미소까지 바라는 것은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 눈 앞에 보이는 빨간 숫자를 감소시키기 위한 집중은 어쩌면 반드시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자산을 놓치고, 결국 다시 찾아올 지 갈등하는 고객의 등을 떠밀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경영의 효율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앞서 다섯 번의 이야기를 풀어 낸 것에 반해 마지막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약간은 낡고 오래된 호텔이라도, 조금은 외진 곳에 위치해서 편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도 그 호텔에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소를 가진 직원이 존재한다면 분명히 그 호텔을 방문할 것이다. 어쩌면 가장 기본으로 인식되어야 할 이 간단한 정의가 고루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 참 아쉽게 다가온다.


고객 또한 단순히 지갑을 여는, 호텔의 경영을 위한 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자신의 안전과 여가를 맡기는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했을 때 비로소 진심 어린 서비스로 고객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직원과 고객. 우리가 직원을 내부고객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하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무엇보다 집중해야 할 대상이 결국 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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