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운영 ③] 변해가는 마켓에 대응하는 것이 호텔리어의 자세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서 객실을 판매한지 벌써 14년 차가 되어간다. 직원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심심치 않게 “마켓이 많이 바뀌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것이 어떤 특별한 변화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직접 객실을 판매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할 때 작지 않게 느껴지는 과거와의 어떤 차이점,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알게 모르게 되뇌는 것이다.


2005년 처음 호텔 유니폼을 입고 데스크에서 고객을 만났을 때 외국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기억이 뚜렷하다. 내국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괜스레 거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때만 해도 특1급 호텔의 보이지 않는 문턱이 분명 존재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어땠을까? 절대 다수의 내국인 고객을 맞이하느라 하루하루 분주했던 기억뿐이다.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여름 휴가 시즌에 접어들면서 주 비즈니스 고객층의 공백이 생긴 호텔은 이를 메우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호텔을 어필해야 했고, 이를 위해 최근 가장 효과적인 판매 채널인 OTA와의 제휴를 광범위하게 체결했다. 수많은 OTA마다 매력적인 가격대의 호텔 상품을 경쟁하듯 출시했고, 넓어진 선택권과 가격적 유리함(각 사이트마다 제공하는 쿠폰과 신용카드 할인 등)을 손에 넣은 고객은 기록적인 무더위와 함께 과거에는 조금 생소했던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라는 신조어를 미디어와 소비 시장에 각인시켰다.


마켓 변화에 유동적이어야

비단 올해 여름 호캉스뿐 아니라 그 전에도 우리는 다양한 마켓의 변화를 체험했다.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고객의 혹독한 외면을 경험했고, 더디게 회복되던 외국인 방문객 수가 북핵 문제로 다시 가라앉기도 했다. 2008년 후반 1만 엔이 15만 원을 돌파하며 엔화 가치가 폭등했을 때 수년간 명동을 가득 채웠던 일본인 관광객, 한류 열풍으로 서울로 몰려든 관광객, 또 사드 문제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던 유커들. 이렇게 주 소비자 층을 지칭하는 ‘마켓’은 시시각각 여러 내외부적인, 심지어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급변하기도 한다.


다른 의미에서 대외적인 이벤트가 호텔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과거 G20이나 핵안보 정상회의 등의 국제 행사 유치는 물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과 같은 국가 행사를 통해 호텔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영업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었다. 국가적인 행사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지역 행사에도 발 빠르게 반응해 적당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거나 직접적인 스폰서십으로 지역 혹은 단체와 함께 윈윈하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의 활로를 개척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호캉스 타깃 중 대다수가 가족 단위인 점을 고려해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호텔 숙박을 단순한 짧은 휴식으로만 생각했던 부모에게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충족감을 줄 수 있다. 또한 아이들 역시 호텔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엄마 아빠가 아닌, 본인들이 대접받는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부모에게 제공되는 자유로움은 기대 이상의 장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이미 공급은 과잉됐다

마켓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 안에서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관심 갖지 않으며 현재에만 집중한다면 반드시 도태된다. 업계를 리드하기는 어려우나, 시장에서 뒤쳐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또한 그 차이를 따라잡는 어려움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변화하는 외부 요인 속에서 본인이 속한 호텔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접목시키며, 동시에 경쟁 호텔의 동향을 탐욕스럽게 조사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변해버린’ 마켓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해가는’ 마켓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바람직한 호텔리어의 자세다.


호텔을 찾는 수요는 더 이상 공급보다 많지 않다. 아니, 이미 한참 전부터 늘어난 공급이 애타게 수요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마켓에 대한 민첩하고 정확한 분석과 대응은 존재하는 수요를 매력적으로 유혹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이벤트와의 접목으로 새로운 수요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성비 넘치는 특2급 호텔, 부티크 호텔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픈하는 요즘, 클래식함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젊고 신선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 지갑을 열만한 젊은 층 고객에게 어필해야 할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네 번째로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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