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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특집-숙박 리얼리티 2] 숙박업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호텔업 | 2018-06-18


숙박업이라 하면 여행을 위한 화려한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안식처를 생각하지만 낡고 좁으며 밀회의 장소였던 모텔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도 있다. 인식을 바꾸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숙박 예능이 보여주고 있다.

글 김영학

숙박업이라 하면 여행을 위한 화려한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안식처를 생각하지만 낡고 좁으며 밀회의 장소였던 모텔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번 뇌리에 박힌 인식을 바꾸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모텔이 불륜이나 밀회의 장소가 아니라 여가나 커뮤니티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모습을 보아 왔다. 

2017년 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는 ‘숙박업소’와 ‘숙박 앱’ 관련 설문조사에서 83.2%가 “숙박업소는 더 이상 숨어서 이용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는 결과를 얻었다. 모텔이 ‘휴식 공간’이라는 답도 81.9%나 됐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금기시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는 업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이 여가의 질적 개선을 위해 앞장서며 공간적 제약을 해소하고 숙박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 콘텐츠를 개발해 왔기에 가능했다. 물론 모든 변화는 시장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숙박업소를 놀이문화의 새로운 공간으로 삼기 시작했고, 이 흐름에 부응이라도 하듯 숙박업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빠른 변화와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숙박의 다양화는 더 많은 경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중소형 호텔은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특급호텔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모텔과의 경쟁에서도 살아 남아야 한다. 모텔은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 호스텔 등과도 싸워야 한다. 


이효리일 수도 이경규일 수도 있다
예능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해 숙박과 관련한 특수성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선 ‘효리네 민박’은 여행지와의 연계성이 강한 지리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민박이 지닌 최대의 강점, ‘내일 떠나면 남이 될 지 모르는’ 누군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한편, ‘달팽이 호텔’은 고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지배인과 직원들의 맞춤형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워 고객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힐링할 수 있는 점을 차별화했다. 

또한 ‘서울메이트’는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호스트의 큐레이팅 상품화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아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세 경우 모두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살펴봐야 할 요소다.

공통점이 있다면 공간에 대한 공감능력 극대화다. 물론 이를 극대화하는 방식에는 위와 같은 차이가 있지만, 세 프로그램 모두 공간 내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공감대가 끊이지 않게 하느냐에 중점을 뒀다. 

엄밀히 말하면 숙박업은 고객의 시간을 잡아야 하는 업종이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객실을 채울 수 있느냐가 숙박업의 핵심이다. 숙박업은 방이 비면 무조건 손해다. 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채널 매니저 등처럼 시스템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빅데이터 등의 도입도 적극적이다. 스타우드 호텔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이를 활용해 날씨나 지역행사 등의 주요 이벤트를 바탕으로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함으로써 객실 손실 최소화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의 목적은 다양하다
고객이 숙박업소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 다양한 목적 중에서 숙박 예능이 던진 이슈는 스토리와 정보의 공유였고, 한발 더 나아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힐링’이었다. 그 동안 스토리와 정보의 공유에 최적화된 곳은 호텔이나 모텔과 같은 비교적 투숙객 단위가 소규모인 곳보다는 게스트하우스나 민박과 같이 다양한 사람의 왕래가 잦은 유형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숙박업계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법규 완화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최근의 중소형 호텔 분야는 다양한 콘셉트의 인테리어와 체형 공간의 확대에 중점을 둔 차별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룸이 VR 체험존으로 꾸며지기도 하고 별도로 건물 내에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크기의 미팅룸을 구성해 냉난방시설, 이동식모니터, 복합기, 노트북 등 모임 목적에 따라 활용 가능한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곳도 등장했다. 이제 더 이상 숙박업소는 ‘수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숙박업계의 상권도 관광 중심에서 놀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호전되더라도 숙박업계의 기본적인 변화는 당분간 이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기존처럼 가격경쟁으로 비수기는 버티고 성수기에 매출을 크게 확대하는 영업전략을 고수하는 것보다 지역별, 월별, 주별, 날씨별, 시간별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주변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전략을 세분화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지도 모른다. 


콘텐츠를 팔아라 
안동 지역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때아닌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이영자가 안동의 갈빗집을 소개했는데, 그 내용이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누리꾼이 안동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아버지의 사연을 게재했는데, 택시를 타는 사람마다 “이영자가 말한 갈빗집으로 가자”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인근 숙박업소의 예약도 꽉 차, 말 그대로 성수기였다고 한다. 이 방송에서 맛깔스러운 먹방을 선보였던 이영자는 이른바 ‘이영자 맛집 리스트’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뜬금없이 맛집 타령이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갈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CJ E&M과 닐슨 코리아가 발표한 5월 1주차 콘텐츠 영향력지수(CPI)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이 1위를차지한 것만 보더라도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맛집 블로그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 지친 이들에게 이영자의 맛집 리스트는 그야말로 오아시스였다. 콘텐츠 자체뿐 아니라 이를 유통하는 매개자의 역할 역시 중요함을 의미한다. 

콘텐츠는 다양한 경로로 유통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포털의 블로그가 대세였지만, 흐름은 보기 좋은 SNS로 이동했고, 지금은 방송이 그 역할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숙박업계도 이제 콘텐츠 유통의 중심에 서야 한다. 고객에게 편한 잠자리, 휴식·소통공간으로서의 지위도 중요하겠지만, 정작 고객은 자신이 묵어야 하는 숙소를 중심으로 알찬 여행정보가 설계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제대로 된 맛집을 향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만약 숙박업소에서 인근의 최상 맛집과 연계한 서비스를 펼친다면 지속적인 고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숙박업의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 IT와의 만남으로 숙박업은 카페이면서 온라인 쇼핑몰이기도 하고, 객실이면서 놀이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숙박업은 휴식의 장소이면서 경험과 추억, 재미를 잇는 콘텐츠의 영역이기도 하다. 

사진(순서대로)
효리네 민박2, 달팽이호텔, 서울메이트 (자료: JTBC,Olive)
달팽이 호텔 (자료: O)
‛효리네 민박2’ 화면 캡처 (자료: JTBC)
서울 메이트 (자료: O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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