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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익명등록일2016.07.24 21:46:15조회1,730

	


​술 한 잔


     -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을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


함께 흙장난을 하고 고구마를 쪄 먹고


마실 가 밤을 새던 친구는


​술 한 모금 겨우 입에 댄다.


그래서 인생 흠뻑 전 내게


술 한 잔 사주지 않는다.


​밥만 먹는다.


재미없는 녀석


인생같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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