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부티크 호텔 ②] 가치 있는 콘텐츠가 호텔을 새롭게 한다

신념과 철학으로 채운 공간, 부티크 호텔


(자료: 오월호텔)


디자인 호텔을 대표하는 특징은 감각적인 디자인에 더불어 그 공간을 채운 독특한 콘텐츠다. 호텔의 모든 면에 경영자의 철학을 담아낸 것은 물론, 기존 대형 호텔과는 운영 방식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또 지역적 특색을 활용해 차별성을 확보한 부티크 호텔도 있다.


경영자의 철학이 담긴 공간

역삼의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오월호텔은 영국 디자인 매거진 월페이퍼(Wallpaper)에도 소개될 만큼 독특한 공간 디자인을보여준다. 박현숙 대표는 ‘내가 살고 있는, 살고 싶은 집’을 모티브로 오월호텔을 지었다. 박 대표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 한국적인 것에 매료돼 직접 전국 한옥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담양의 소쇄원, 안동의 병산서원, 구례 운조루 등 여러 고택을 직접 발로 뛰며 한국의 풍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그렇게 탄생한 오월호텔은 일상과의 단절에서 오는 구속 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집’의 느낌을 부각시키고자 101호, 102호 같은 호수 대신 모든 객실에 ‘하우스’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그 중 가든하우스는 전면 창으로 정원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창 앞에 놓인 좌식 나무 탁자와 길게 뻗은 복도 끝으로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이는 정원 등 곳곳에 쉼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또 작은 방에 가려면 툇마루를 밟고 지나가게해 진짜 집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내가 만드는, 내가 운영하는 공간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공간 디자인이다. 


오월호텔은 객실 곳곳에 쉼을 위한 공간을 배치했다. (자료: 오월호텔)


오리엔탈 스타일의 가든 하우스는 햇빛을 그대로 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자료: 오월호텔)


경제적 이득보다 가치를 추구하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는 대형 호텔과는 달리 부티크 호텔은 수익성은 일부 포기하더라도 확고한 가치를 표현하고자 한 곳들이다. 스몰하우스빅도어를 부티크 호텔이라 부르는 데에는 물류창고 골목이라는 독특한 위치와 건축적인 측면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


스몰하우스빅도어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으로의 호텔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 호텔은 누구나 들어와 아이디어를 나누고 활동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이다. 때문에 인근 직장인들은 이곳을 카페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스몰하우스빅도어를 ‘호텔’이라 홍보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추구하는 바가 열린 공간, ‘오픈’이기 때문이다.


호텔을 디자인 할 때도 오픈소스(Open Source)와 3D 프린터가 활용됐다. 조명과 가구는 엔조 마리(Enzo Mari)의 디자인 오픈소스를 3D프린터로 출력해 만들었으며, 디자인메소즈가 디자인한 소품 역시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경제적 이득만을 추구한다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1층 비스트로와 갤러리에서 열리는 쇼케이스, 옥상 라운지에서의 파티 주최를 통해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지속적 교류를 도모하고 새로운 오픈 소스 콘텐츠 창조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오픈소스를 활용해 만든 스몰하우스빅도어의 객실 가구 (자료: 스몰하우스빅도어)


스몰하우스빅도어의 객실 (자료: 스몰하우스빅도어)


지역과의 소통 수단으로서의 공간

강릉 호텔 봄봄은 호텔이라는 공간을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봄’을 소통의 한 방법인 모스부호로 변환, 수직의 형태로 표현한 건축물은 2017년 미국 건축상(The American Architecture Prize)를 수상했다. 호텔 봄봄은 이 공간 안에 여행자들과 강릉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최성우 호텔 봄봄 대표는 인근 숙박업소가 강릉을 찾는 여행자에게 숙박과 식사, 정보교환의 장소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직접 그 일을 하고자 호텔 봄봄을 설립했다. 호텔 봄봄은 호텔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지역 주민 누구나가 편안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담장을 설치하지 않았다. 또 호텔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지역 문화를 알리고자 강릉 지역 대표 양조장의 맥주를 제공한다. 이제는 지역 맛집이 된 레스토랑에서는 외부에서 온 여행객과 지역 주민이 어우러져 식사를 즐긴다.


이 외에도 최성우 대표는 강릉 원주대학교에 발전 기금을 기탁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도 기부하는 등 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모스 부호로 ‘봄’을 표현한 강릉 호텔 봄봄 (자료: 호텔 봄봄) 



강릉 지역 대표 양조장의 맥주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자료: 호텔 봄봄)


#부티크  #호텔  #부티크호텔  #강릉  #디자인  #철학